책과 관계: 사랑, 우정, 이별을 바라보는 시선

 

📖 책 속 문장

“사랑은 서로를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1. 관계를 다시 보게 한 한 문장

우리가 삶 속에서 가장 많은 기쁨과 동시에 가장 큰 상처를 주고받는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관계일 겁니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어떤 관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 되고, 어떤 관계는 끝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좋은 관계란 서로를 끊임없이 바라보며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린 왕자』 속 저 문장을 읽고 나서 시선이 바뀌었습니다. 사랑은 서로의 얼굴만 응시하는 게 아니라, 함께 같은 쪽을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 이는 연인 관계뿐 아니라 우정, 동료 관계에도 통하는 원리였습니다.


2. 연인의 눈빛 대신 같은 풍경

한때 저는 상대방의 마음을 끊임없이 확인해야만 안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메시지에 답이 늦으면 불안했고, 상대방이 힘들다고 말하면 “왜 힘든지” 끝까지 알아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상대방은 숨이 막혔습니다.

그러다 문득, 함께 여행을 가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같은 길을 걷고 같은 풍경을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감이 있었습니다. 결국 관계는 “나를 봐!”가 아니라 “같이 보자”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3. 우정도 같은 방향에서 자란다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친구와는 자주 만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같은 방향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늙어가며 삶을 이해하는 시선이 닮아 있기 때문에,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거죠.

책 속 문장이 저를 일깨운 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우정은 매일 확인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같은 별자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믿음에서 유지되는 것.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너도 그렇게 생각했어?”라고 놀라는 순간, 이미 같은 방향을 걷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4. 이별을 받아들이는 또 다른 시선

그렇다면 같은 방향을 더는 바라볼 수 없을 때,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결국 이별이 찾아옵니다. 저는 이별을 “실패”로만 받아들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책 속 문장을 곱씹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별은 실패가 아니라, 단순히 더 이상 같은 방향을 보지 않게 되었음을 인정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삶의 리듬이 달라지고, 서로가 지향하는 세계가 달라질 때, 억지로 붙잡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남깁니다. 그래서 이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5. 책 속 관계의 다양한 얼굴

책들은 우리에게 다양한 관계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 『노르웨이의 숲』 속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사랑했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 『데미안』 속 싱클레어와 데미안은 서로를 응시하는 대신, 자기 삶의 길을 발견하도록 도왔습니다.

  • 『채식주의자』 속 영혜의 가족은 끝내 같은 세계를 보지 못했기에, 파국으로 치달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관계의 무수한 변주를 체험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 삶의 관계를 비춰보게 됩니다.


6.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지금 여러분이 맺고 있는 관계는 어떤가요? 혹시 서로의 얼굴만 붙들고 있느라, 정작 함께 바라봐야 할 풍경을 놓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오늘 하루만큼은, 가까운 사람과 “함께 바라보는 것”을 떠올려 보세요. 같은 하늘, 같은 음악, 같은 문장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새로운 빛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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